AI시대에도 교사가 꼭 필요한 이유! 🎙️ 유네스코 Talks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유네스코가 만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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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treel / Shutterstoc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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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챗GPT’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있나요? 깜짝 놀랄 만한 어휘와 지식을 자랑하는 이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절로 내 영어실력도 높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실제로 지금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어 회화 공부법을 설명하는 글과 동영상들이 수없이 나오고, 학원 강사가 쓴 인공지능 활용 영어공부법을 설명하는 책도 보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더 나은 교육, 혹은 더 수익성 높은 교육 사업을 이야기하는 교육 관련 기업들의 구상을 보면, 머지않아 우리 아이도 인공지능 선생님의 수업을 듣게 될 것 같고 선생님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맞이할 교육의 미래에서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의 활용도는 매우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지난 2021년 내놓은 ‘교육의 미래 보고서’(『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논의와 연구를 통해 이러한 신기술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안전하고 포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은 우리가 인식하는 수준보다 더 숨가쁘게 발전하고, 그러한 기술이 경쟁적으로 도입되는 와중에 우리는 신기술이 정확히 어떤 혜택과 어떤 부작용을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것이 우리 자신, 그리고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이끌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이를 차분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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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에 발행한 『꾸리에』에서 유네스코는 인공지능 분야 권위자인 스튜어트 J. 러셀 Stuart J. Russell UC버클리대학교 컴퓨터과학 교수(사진)를 만나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교육과 교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머신러닝과 강화학습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러셀 교수가 피터 노르빅Peter Norvig과 함께 쓴 책 『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는 전 세계 135개국 1,500여 개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그런 그가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핵발전소를 대하는 심정으로’ 신기술을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해당 인터뷰(영문)의 내용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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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동안 교육 분야에서 신기술이 더욱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등장이 어떤 전환점을 가져다줄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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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거치면서 원격교육이 확산했고, 이제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출현은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집단적으로 받는 학습에 비해 개인 교사와의 수업이 2-3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지난 60년 동안 개발된 AI 기반 개인 학습 시스템은 학생과 대화를 나누거나 질문에 답하면서 학생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이 가르치는 개인 교습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콘텐츠를 제시만 할 뿐, 가르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규모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등장하면서 여기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 학습자는 인공지능과 꽤 일관성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여전히 약점이 적지 않고 앞으로 해결돼야 할 일이 많지만, 저는 인공지능이 10년 내에 전 세계 모든 어린이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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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된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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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할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교사는 여전히 꼭 필요합니다. 현재 (교사의 역할을 하기 위한) 인공지능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특별한 ‘교육적 역할(pedagogical role)’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육적 역할이란 예컨대 단지 학생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과정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언어 모델에게 이러한 ‘교사가 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과정에 대한 인상적인 사례는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열리더라도 학습자가 세상의 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파악하는 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학습자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기 위해, 학습자가 가야할 올바른 길은 무엇이며 타인과 협력하고 사회 안에서 역할을 하는 법을 알기 위해 성인 조력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예컨대 한 교사가 8-10명의 학생과 함께 지내면서 일종의 ‘멘토’처럼 개별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숫자의 교사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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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의 디지털 격차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신 기술이 이러한 격차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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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새로운 기술이 초·중등 교육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한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수많은 아이들이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터넷 보급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교육 모델은 교사와의 화상통화보다 훨씬 적은 인터넷 대역폭으로도 가능합니다. 저는 오히려 병목현상이 각 문화와 언어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와 인공지능 교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니까요. 정부가 공공 또는 민간 부문에서 이를 촉진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해외 원조의 일부를 여기에 쓸 수도 있겠죠. 만약 기업 일부의 탐욕이나 정부 일각의 부패 때문에 이러한 일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비극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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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과 별개로, 교육 부문 신기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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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관련한 많은 규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되고 있고, 유네스코 역시 회원국들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윤리적 원칙에 따라 인공지능을 개발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데이터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는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엄격한 규칙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필요한 경우 관련 데이터가 교사나 감독자에게 공개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미성년 학습자와 부적절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논의할 수 있는 주제에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시스템 속에서 수조 개의 매개변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낼 수가 없고, 제 생각엔 알아내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방법을 모른다”는 개발사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오히려 규제가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유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핵발전소 운영자가 폭발을 막을 방법을 모른다고 말하면 그냥 받아들이고 운영을 맡길 수 있을까요?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겁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이해하고 또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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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U잡
알아두면 어디서든 쓸 데 있는 유네스코 잡학지식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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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전 세계 회원국들은 「유네스코 오픈 사이언스 권고」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약 2년 3개월이 흐른 지금, 개방과 공유, 그리고 협력을 통해 더욱 공평하고 효율적인 21세기의 과학 발전을 이룩하자는 그 다짐에는 얼마나 진척이 있었을까요? 유네스코가 권고 채택 이후 처음 발간한 보고서 『Open Science Outlook(오픈 사이언스 전망)』은 약간의 희망적인 소식과 더불어, 우리 앞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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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U잡 키워드
오픈 사이언스? 과학을.. 열어..?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는 단어 그대로 과학 지식을 폭넓게 개방하고 과학 연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그 결실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나 연구소가 비공개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독점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얻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면, 오픈 사이언스에는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댐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21세기의 과학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유네스코는 수 년간의 연구와 협의 끝에 폐쇄적 과학 모델 대신 공유와 협력과 개방을 근간으로 한 오픈 사이언스로의 전환 원칙을 담은 「오픈 사이언스 권고」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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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지난 2년 사이에 오픈 사이언스와 관련된 정책과 전략, 행정 체계를 도입한 국가가 11개국(남아공, 라트비아, 레소토, 루마니아, 사이프러스, 스페인,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콜롬비아)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폭발적인 성장’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오픈 사이언스가 연구 과정과 연구 인프라, 참여 인력 및 과학지식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미약하다고만 볼 순 없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고무적인 움직임은 또 있습니다. 오픈 사이언스의 ‘출발점’, 혹은 ‘첫 발’이라 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즉 유료 구독 등의 장벽 없이 폭넓은 접근권을 보장하는 과학 출판물의 수가 최근 10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2021년에는 전체 과학 출판물의 거의 절반이 오픈 액세스로 공개됐다고 합니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체 공개 출판 및 데이터 저장소의 85%가 서유럽과 북미에 편중돼 있고 아프리카 및 아랍 지역은 각각 전체의 2%와 3%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별 각개약진을 넘어, 오픈 사이언스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체적인 진전을 이뤄낼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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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액세스’에는 그 수준과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어떤 형태든 오픈 액세스를 채택한 과학 출판물의 비중은 매년 증가해 2021년에는 전체의 거의 절반에 달했습니다. (출처: 『Open Science Outlook』(2023) p.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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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오픈 액세스 출판물의 증가 이면에 미처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도 밝히고 있습니다. 마치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강남 주변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듯, 점점 늘어나는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몇몇 학술 저널들이 독자 대상 유료 구독을 없애는 대신 저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출판료 (publication fee)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2021년에 발간된 『유네스코 과학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것으로, 개발도상국 이하 국가의 과학자들이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알리는 데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과학 지식의 공유를 가로막는 벽이 위치만 바꿔서 다시 세워진 셈입니다.
이러한 부작용이나 저항(?)에도 이유는 있습니다. 과학 출판물을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관련 지적재산권 등을 관리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며,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과 인력과 비용을 들여 수행한 연구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오픈 사이언스가 이러한 장벽을 극복하고 단순한 연구 출판물의 무료 공개를 넘어 연구 시설과 기자재의 공유, 과학에 대한 사회적 참여 및 대화의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학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경쟁과 독점’의 20세기적 가치보다, ‘개방과 협업’의 21세기적 가치가 더 큰 보상과 더 골고루 돌아가는 헤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것은 너무 거창한 희망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재앙이었던 코로나19 펜데믹 과정에서 과학계의 개방과 협력이 이뤄냈던 눈부신 성과를 돌아본다면, 그것은 순진한 꿈이 아니라 근거 있는 분석의 산물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유네스코가 오픈 사이언스의 실현을 향한 앞으로의 발걸음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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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오픈 사이언스의 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인류가 고통받던 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과학계는 이를 국경을 초월한 유례없는 협력을 통해 달성했습니다. 2020년 OECD가 발간한 코로나바이러스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사스(SARS)가 창궐했을 때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5개월이 걸렸던 반면, 코로나19 때는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이것이 전 세계 117개 과학 및 보건의학 관련 조직들이 오픈 사이언스에 참여해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공유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유네스코 보고서 역시 “2021년 중반 현재 전체 코로나19 관련 논문의 85%가 오픈 액세스로 나와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과학 논문의 40% 가량이 오픈 액세스였던 것과 큰 차이라고 했습니다.
엔데믹을 맞이한 지금, 보고서는 “이와 같은 노력이 앞으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논문들이 공식적인 오픈 라이선스를 채택한 것이 아니라 그저 무료로 공개가 되었을 뿐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유료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처음이 제일 어렵다’고 했던가요? 지금 우리 앞에는 모두의 지혜와 협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고, 이들 과제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오기 전에 전 세계는 과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의 그 성과를 되새기면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과학’ 대신 ‘함께 연구하고 연대하는 과학’을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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