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의 ‘미래문해
(Futures Literacy)’란, 조금은 낯설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개념입니다. ‘문해
(literacy)’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유네스코는 모든 사람들이 배우기만 한다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듯이, 사람들은 누구나 배움을 통해 미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하고, 상상한 대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미래문해 개념을 일종의 역량
(capability)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문해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미래문해의 출발점은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미래는 상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합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방식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하는 일을 ‘미래를 활용한다
(using-the-future)’고 표현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미래를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미래에 되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하며 전공을 선택합니다. 직장인들은 앞으로의 경력을 상상하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정부도 인구변화나 기후변화와 같은 미래의 일들을 예상해서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오늘의 선택을 내리는 일입니다.
이처럼 미래를 상상하고 상상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행동을 이어가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한 역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기후변화와 감염병의 확산, 경제위기와 사회적 갈등,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불과 몇 년 뒤의 변화조차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졌는데요. 유네스코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를 마치 정해진 것처럼 바라보는 ‘확실성의 환상
(illusion of certainty)’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달리 말하면 ‘상상력의 빈곤
(poverty-of-the-imagination)’을 극복하자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유네스코 미래문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기와 불안의 연속으로만 상상하거나 기존의 경향대로만 진행되는 단조로운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협력을 촉진하는 미래상을 갖지 못한다면 절망과 갈등의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을 거예요. 반대로 지금까지의 경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새로운 미래도 가능하다고 상상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선택지가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겁니다.
유네스코가 미래문해 개념에서 미래를 복수형인 ‘Future
s’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미래를 하나의 모습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으로 바라보고자 한다는 관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에 얼마든지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바로 지금 어떠한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실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고, 상상한 대로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미래는 정해져 있지도 않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지에 따라 오늘 우리가 어떠한 선택과 행동을 취할지 여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미래문해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문해라는 개념을 제안한 유네스코는 스스로를 위한 충분한 ‘미래문해력’을 갖추고 있을까요? 마침 유네스코는 창설 80주년을 계기로 변화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기구의 미래 역할과 활동 방식을 새롭게 모색하는 ‘유네스코 80’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네스코 80 개혁의 과정과 결과를 유네스코가 스스로 제시한 ‘미래문해’ 개념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유네스코는 과거의 경험과 기존의 활동 방식에 기대어 미래를 제한적으로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정말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창의적으로 상상해내고 스스로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의사결정을 해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유네스코의 미래는 결국 194개 회원국과 사무국이 지금 어떠한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위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유네스코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에게도 ‘미래문해’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참고자료『유네스코 미래담론 연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23, 전상인·김두환·박범순·한준·박남기·백영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