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보존현황보고서(SOC) 결정문의 의미 2024년 7월, 일본 사도광산(Sado Island Gold Mines)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조선인 강제노동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이 유산의 등재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본은 몇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그중 핵심은 (강제징용 사실을 포함한) 유산의 전체 역사를 설명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죠. 그로부터 2년. 일본은 작년 12월에 사도광산 유산의 ‘보존현황보고서(State of Conservation, SOC)’를 제출했고, 지난 7월에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이 보고서에 대한 결정문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었던 핵심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산의 전체 역사를 해석하고 설명하는 조치가 아직 미흡하니 이를 관련 당사국과 협의해서 2027년까지 다시 보고할 것’이었는데요. 우리나라가 계속 요구했던 사항이 결정문에 담겼다는 점에서 일단은 안심이 되는 한편으로, 과연 2027년에는 의미 있는 진전이 나올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한국과 일본 양국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부분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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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우린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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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갱도 입구 (사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김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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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죠? 흐릿해진 기억을 되찾아보기 위해 먼저 사도광산 유산 등재를 둘러싼 일들을 간략히 돌아볼게요. 사도광산은 1467년부터 1989년까지 금을 채굴했던, 일본 금광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 중 하나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희생된 비극적인 장소이기도 하죠. 이런 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니, 일본으로선 우리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을 텐데요. 그래서 이 유산의 전체 역사 중 에도시대(1603-1867년) 부분만을 떼어내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의 금 생산 체제’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했습니다.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슬쩍 피해가려는 일종의 꼼수였죠.
- ‘유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부분을 지적했고, 문화유산 등재 심사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역시 유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해석과 설명 전략을 수립해 이행하라는 권고를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일본은 2024년 7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수용하기로 약속했고, 덕분에 사도광산은 위원국들의 합의로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습니다.
- 유산 등재 당시에 이런 약속이 있었던 만큼, 유네스코는 그 이행이 잘 되고 있는지를 파악한 보고서, 즉 ‘보존현황보고서(State of Conservation, SOC)’를 2025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는 일본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해 결정문 초안을 내놓았고, 그 내용은 지난 7월에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추가 논의 없이 합의로 채택됐어요.
- 결정문에는 “전체 역사에 관한 해석·전시 전략이 일정한 진전을 보였으나 아직 충분히 발전되지 않은 상태”이며, “모든 채굴 시기를 아우르는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관련 당사국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제10항)이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2027년 12월 1일까지 보존현황 보고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했어요. 우리 입장에서 한 마디로 요약하면? “숙제 다시 해 오라”고 말한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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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가 관련국에 요구하는 SOC 보고서가 단지 ‘유산 해석 및 설명 전략’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보고서에는 관리와 보존계획, 고고학 조사, 산림 및 방문객 관리, 완충지역 지정과 유산영향평가에 이르기까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유·무형의 전략과 이행 상황 및 분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전체 12항으로 이루어진 이번 결정문은 이들 항목에서 일본 정부가 이룬 진전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일부 제도 및 관리 체계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언급했어요.
- 하지만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 부분, 즉 ‘해석과 설명’ 관련 항목에서는 역시나 뼈아픈 지적 사항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9항에서는 “해석·설명 전략과 시설이 모든 채굴 시기를 아우르는 유산의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어떻게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지에 관하여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그 진행 상황을 보고할 것을 요청”했는데요. 일본의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이 이 문제를 얼렁뚱땅 넘기려는 것을 막고, 앞으로도 계속 협의해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얻은 것이죠.
- 그렇다고 해서 결정문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강력한 구속력이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일본은 SOC 보고서의 3분의 1 가량(전체 128쪽 중 41쪽 분량)을 ‘역사 해석 및 설명’에 할애하면서도 오히려 세계유산위원회에 ‘전체 역사’라는 용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일본의 노력 중 어떤 면이 불충분하다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내용’을 자신들이 먼저 언급할 생각은 없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다시 2년 반이라는 추가 시간을 얻게 되었죠. 이번 결정문이 “한국은 명분(일본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기록)을, 일본은 시간을 벌어간 타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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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거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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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아픈 기억이 담긴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추후 이를 제대로 다룰 것을 약속하고, 정작 그 실행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이 과정을 어쩐지 한 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제대로 느낀 게 맞아요. 우리는 이를 이미 한 번 봤으니까요. 바로 2015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이른바 ‘군함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도 딱 이런 식이었습니다.
- 2015년 7월에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일본 대표는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조건 하에 강요된 노동을 했다”는 언급을 하면서 해당 유산에서 관람객들이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목격했듯 그 조치란 미흡하기 짝이 없었고, 결국 2021년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일본의 SOC 보고서 관련 결정문에서 전례없는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재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은 채 SOC 보고서와 결정문만 반복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 이쯤 되면 “일본이 등재 당시 했던 약속을 계속 안 지키면, 등재를 취소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텐데요. 아쉽게도 현재로선 그렇게 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작년 12월 알쓸U잡에서 다뤘듯 유네스코는 유산 등재의 핵심 근거가 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경우 해당 유산을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올리거나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위험’의 판단에는 물리적 보존 상태뿐만이 아니라 ‘역사적 진정성의 현저한 상실(significant loss of historical authenticity)’도 포함되어 있어요. 하지만 단지 해석과 설명이 부실하다는 사실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그러한 전례도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환기와 끈기있는 협의, 그리고 연대와 설득을 통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 이 어려운 길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분명한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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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군함도’가 포함된 일본 산업혁명 유산 등재 당시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제작한 동영상 ‘지켜지지 않은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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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아픈 과거가 스며 있는 일본의 유산을 둘러싼 논란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다시금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가꿔 온 근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세계유산을 언급할 때마다 강조하는, ‘유산 등재는 올림픽 메달이 아니라 유산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두루 나누겠다는 다짐’이라는 의미가 이런 논란 앞에선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에요.
- 그들이 말하는 세계유산의 가치가 단지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을 높이려는 것에 있지 않다면, 자국민의 문화적 긍지나 정치적 성공을 자랑하려는 것에 있지 않다면, 유산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는 싸움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러한 입체적인 조망과 해석, 화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적극적인 실천이야말로 ‘과거의 유산이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열쇠가 되는’ 사례로서 유산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고요.
- 시간이 지나도 흩어지지 않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은 누군가의 바람, 이대로 잊히고 싶은 누군가의 바람과 달리, 세계유산을 더욱 세계유산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사도광산 약속, 어떻게 됐어?”하고 유네스코와 당사국에,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해요. 그러한 관심과 질문이야말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유산으로 가는 또 다른 한 걸음이 되리라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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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9개국 브릿지 사업국 실무자를 초청해 현장 중심의 실무 문제해결과 역량 강화를 위한 ‘2026 브릿지 워크숍’을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개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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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의 지원으로 라오스 6개 지역 109명의 학생에게 중등교육 진학에 필요한 장학금과 물품을 지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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