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즈음 생각해 보는 평등한 스포츠의 조건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유네스코와 한국의 관점에서 큐레이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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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선수 ‘50 대 50’, 그 다음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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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여자 공기권총 국가대표 김예지의 모습 (X 게시물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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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믿어 주신다면 저 김예지는 무조건 메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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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화려하게 막을 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은 초반부터 잇단 메달 소식과 함께 멋진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사격과 유도, 탁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 여자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자신감과 특유의 쿨 (cool)함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얼음장 같은 시크한 표정으로 총을 쏘는 김예지 선수는 “믿기지 않을 만큼 쿨하다” (CNN)라는 찬사를 받으며 ‘존 윅’과 ‘터미네이터’에 버금가는 총잡이 캐릭터로 인터넷 밈 (meme)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외에도 탁구의 신유빈, 유도의 허미미 선수 등은 경기장 안팎에서 즐겁게, 또한 당당하게 스포츠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올림픽이 그 무엇보다 남녀 모두를 위한 스포츠 축제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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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이번 파리 올림픽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도 하나 세우게 되었는데요. 바로 성별 수적 균형(gender parity)을 달성한 사상 첫 올림픽이라는 점에서입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남녀 각 5,250명씩, 똑같은 수의 선수가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있습니다. 첫 근대 올림픽이 열린 이후 130여 년 만에 달성된 균형이죠.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그리고 유엔여성기구 (UN Women)와 함께 스포츠 성평등 달성을 위해 노력해 온 유네스코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 불리지만 여성의 올림픽 참가는 극구 반대했던 쿠베르탱이 “여성이 참가하는 올림픽은 비현실적이고, 재미없고, 아름답지 않고, 부적절할 것” (출처)이라고 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며 여기까지 온 여성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다는 말로도 충분치 않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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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스포츠를 만들기 위한 여성들과 이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의미 있는 열매를 맺게 됐지만 유네스코는 이것이 평등한 스포츠를 위한 여정의 종착역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오히려 수적 균형 달성은 게임을 변화시키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유네스코는 우리가 사랑하는 스포츠가 모두에게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도록 경기장 안팎에서 ‘ 게임을 바꾸자(Change the Game)’고 외치고 있습니다. 7월 24일에는 전 세계 체육장관과 전문가, 선수들을 모아 스포츠 성평등을 논의하는 장관급 포럼을 마련했고, 올림픽 기간 동안 유네스코 본부에서 차별 없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Change the Game’ 전시도 열고 있습니다.
사실 남녀 참여 숫자를 똑같이 맞추는 것이—이마저도 그렇게나 오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정책 실현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마련된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맘껏 뛸 여성 선수의 숫자가 충분치 않다면, 그리고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꿈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히 높기만 하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50 대 50'을 지속가능한 숫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기차가 많이 팔린다고 해서 기후 위기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듯 말이지요. 적절한 정책과 그 시행이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시스템과 우리 모두의 인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그 변화의 씨앗이 사회 곳곳에서 싹을 틔우도록 만드는 일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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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통해 평생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여성 앞에 놓여 있는 높은 벽 중 하나는 노력과 결과에 대해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보상을 주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5년 전인 2019년 8월호 『유네스코뉴스』는 남자 대표 선수와 같은 수당을 지급해 달라며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을 소개하면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22년에 미국 축구협회는 이 선수들에게 수당 차액 전액을 지급하고 앞으로 남녀 대표팀 수당도 동등하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이 합의에 앞서 여자 선수들의 주장을 기각하고 미국 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줬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 내용이 알려지고 차별적 수당 지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스폰서 기업과의 계약 관계를 우려하게 된 협회가 한발 앞서 전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현실 속 기득권과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적극적으로 차별을 찾아내려는 노력과 이를 지지하는 대중의 힘이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불러온 셈입니다.
이러한 기념비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The UNESCO Sport and Gender Equality Game Plan(유네스코 스포츠 젠더 평등 게임 계획)』에 따르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다투는 영국 여성 엘리트 운동선수 143명 중 60%의 연봉이 2023년 영국인 평균 임금 (34,963파운드)에도 한참 못 미치는 2만 파운드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응답자 중 3분의 1 이상은 부족한 소득 때문에 운동을 그만둘 것을 고민한 일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2024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소득 스포츠인 50인 중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고, 미 남자 프로농구 최고 연봉자의 소득은 미 여자 프로농구 최고 연봉자의 220배에 달합니다. 물론 케이틀린 클라크 (미국 여자 프로농구의 떠오르는 샛별)가 장래에 무조건 르브론 제임스 (미국 남자 프로농구 슈퍼스타)와 똑같은 연봉을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남녀 동수가 달성된 세상에서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생계 유지가 더 어려운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면, 그 이유를 따져 묻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남녀를 떠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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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안팎의 남녀 격차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출처: 『The UNESCO Sport and Gender Equality Game Pl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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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스포츠는 여성의 스포츠다”(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대외협력위원장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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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스포츠 선수의 부당한 보상 격차가 여성 선수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현실의 벽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부당하게 가해지는 차별과 편견은 여성 선수들의 꿈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입니다. 메시와 손흥민의 활약을 보면서 스포츠 스타를 꿈꾸던 세상의 소년·소녀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각기 다른 신체의 변화, 그리고 주변의 조언을 들으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요. 여기서 “하지 마”, “뛰지 마”, “위험해”, “튀지 마”, “왜 굳이⋯”와 같은 고정관념이 잔뜩 묻은 말들은 여전히 여자 아이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사춘기 시절에 스포츠를 포기하는 여성 비율 49%는 사춘기 남성의 포기 비율에 비해 6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 그럴까?’ 하고 되묻는 이도 있겠지만, 유네스코가 내놓은 『Global Status Report on Quality Physical Education(양질의 체육 교육에 관한 세계 현황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차별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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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과 교육 당국의 남녀 체육 활동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조사 (출처: 『Global Status Report on Quality Physical Educ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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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에서 보듯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체육 교육 시간에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지에 대한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의 응답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남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축구, 농구, 럭비 등을 배울 때 여학생들은 운동장 구석에서 댄스와 체조, 피구를 배운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여성 선수가 스포츠를 포기하게 만드는 차별과 편견이 단지 사회 환경과 정책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식 안에도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여학생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스로를 ‘활동적인 스포츠에 부적합한 신체’라는 편견 속에 가둔 채 자신감과 꿈을 내려놓는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제2의 김연아’와 ‘제2의 김연경’을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그저 멋진 여자 스포츠 롤모델을 잃어버리는 일로 그치지 않습니다. 유네스코는 양질의 스포츠와 체육 교육(Quality Physical Education)이 학생들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심리적·학업적 측면에서도 매우 많은 효과를 내는 중요한 교육의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을 감안할 때, 여학생들이 체육 활동과 스포츠를 즐길 기회를 잃게 만드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기회를 빼앗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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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그리고 모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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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숫자의 남녀 선수들이 파리에서 아름다운 경쟁과 감동적인 성취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여전히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에 인생을 건 여성들에게 가혹합니다. 여성 스포츠 선수의 21%(남성은 11%)가 어릴적 스포츠를 하면서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보고했고, 13-18세 영국 소녀의 75%는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조롱이나 비난을 받고 위축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남녀가 분리된 탈의실과 욕실(세면장), 성별에 맞는 체육복이 마련된 학교의 비율은 각각 37%와 45.5%에 그칩니다. 그리고 세계 주요 체육협회의 리더 자리에서 여성의 비율은 27%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상 『Global Status Report on Quality Physical Education』 및 『The UNESCO Sport and Gender Equality Game Plan』)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또 어떤가요. 턱 주변에 자국이 남을 수밖에 없는 양궁 선수에게 “시술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함부로 외모를 ‘칭찬’하고, 선수의 성취만큼이나 ‘슈퍼맘’ 같은 고정된 성역할을 강조하는 일이 파리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온 여성들에게 있어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Faster, Higher, Stronger)”라는 말은 단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만 필요한 구호가 아니었을 거예요. 스포츠의 즐거움과 환희를 ‘함께’ 느끼기 위해, 여성들은 아직도 삶의 모든 고비마다 더 많은 것을 걸고,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희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IOC가 127년만에 올림픽 표어에 단어를 하나 더 추가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함으로써 올림픽 표어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다 함께 (Faster, Higher, Stronger - Together)”로 바뀌었습니다. 유네스코 역시 건강하고 차별 없는 스포츠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 Fit For Life(삶을 위한 운동)’ 이니셔티브를 시행하면서 ‘함께’라는 단어 안에 당연히 여성이 있고,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포함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함께 스포츠를 즐긴다는 건 어떤 뜻일까요? 분명한 것은 단지 머릿수를 균형 있게 채워 초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말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평등 문제가 그렇듯 우리는 소외된 이들을 파티에 초대하는 것을 넘어,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춤을 춰야 합니다. 누구든지 운동장 한가운데를 휘저으며 힘껏 공을 내지르고, 더 높은 레벨에서 선의의 경쟁을 꿈꾸고, 때로는 그것을 직업이나 삶의 목표로 삼고자 하는 선택을 자유롭게 내릴 수 있을 때, 그 게임은 진정 우리 모두의 게임이자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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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유네스코가 만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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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퍼즐판에 ‘한 조각’이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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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에 열린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장에 선 김유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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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활동하고, 혹은 병들거나 죽는 것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작은 세포들의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올해로 23번째를 맞은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학술진흥상을 수상한 김유선 아주대 교수는 바로 그런 세포의 삶, 특히 세포의 죽음(cell death, 세포사멸)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조절 기전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6월 14일에 열린 시상식에서 만난 그에게 이 작은 세포 속에 담긴 비밀, 그리고 여성과학자로서의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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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학술진흥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과 함께,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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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세포의 죽음의 방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세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에 대한 연구입니다. 세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는 곧 우리 몸의 질환과 연결되는데요. 세포가 죽음을 회피하는 경우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암입니다. 암세포는 죽음을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잘 죽일 수 있을지를 찾아내려 합니다. 반면에 세포가 너무 쉽게, 많이 죽어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퇴행성 신경질환, 즉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병이에요. 여기서는 암세포와 반대로 세포가 죽지 않게 잘 보호하는 게 관건이고, 그러려면 세포가 어떻게 죽는지를 알아야겠지요? 제 연구가 바로 그 부분에 관한 연구입니다. 암세포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 수 있기에 로레알에서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수상 자체보다도 이번 수상 과정에서 이 상의 가치를 알게 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저와 실험실의 제 후배들이 열심히 하는 일을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로 인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후배와 동료들에게 이런 길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해요. 더불어 부모님께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해 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시상식에 오셔서 제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시며 부모님께서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감사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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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에서 “살아있는 세포의 일정에 우리(연구자)의 일상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도전과 성실함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하셨는데요. 내 일상을 오롯이 연구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여성 과학자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요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과학계의 여성 비중을 늘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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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를 키우고 배양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이 꾸준히 밥을 주고 아픈지 살펴보고, 숨쉬게 해 주는 것입니다. 즉, 대부분의 실험이 세포의 일정에 맞춰 인큐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 이어져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절대적인 ‘시간’을 연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면서 동시에 해내기 어려울 때가 많죠. 예를 들어, 실험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아픈데, 나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실험을 하는 시간에 대한 지원 시스템, 즉 출산 및 육아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학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 여학생들의 경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여성 차별을 극복하는 데 핵심일 것입니다. 사회적인 통념이 바뀌는 계기 또한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다른 여성 동료들을 보면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든 것 같았습니다. 과학은 감각이 필요한 일이며, 여성은 그러한 타고난 감각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유네스코가 말한 대로 ‘여성이 함께하는 과학’이 꼭 필요합니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특성을 보완해 주고, 다양한 각도에서 서로 들여다봐 주면서 균형을 이룰 때 한국의 과학이 발전하는 데 더 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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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회관에서 유네스코 뉴스레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김유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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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의 발자취는 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여성 동료와 후배들에게 귀감과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도 이러한 영감이나 도움을 주신 연구자 또는 멘토가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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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하는 동안 연구 동료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이와 성별, 국적에 상관 없이 서로에게 과학에 대한 영감을 주고받고 있어요. 미국, 대만,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그 시기에 늘 같이 밥을 챙겨 먹으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던, 작은 문제를 같이 풀어나갔던 그 친구들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와 과학을 대하는 생각이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어요. 덕분에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기도 했고요. 지금도 해외 학회를 하면 다 같이 만나는데, 그 사람들이 지금의 제가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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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계에서 여성과학자로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도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차세대 여성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격려의 메시지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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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학생들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작은 일인데, 이거 해서 뭐해요?”라고요. 그런 질문을 당연히 던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 아예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비록 우리는 직접 약을 개발하진 않지만 그 약이 작동하는 ‘기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우리가 하는 일은 굉장히 작은 조각이 맞지만, 큰 퍼즐판에 ‘한 조각’이어도 그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100개 퍼즐 조각 중 1개만 없어도 퍼즐은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수많은 논문 중에서도 이것 하나가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이학 쪽은 처음에는 여학생들이 많다가도 위로 올라갈 수록 점점 그 숫자가 적어집니다. 숫자가 적기에 활동의 폭도 작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적은 숫자의 사람들끼리라도 과학 연구에서의 네트워킹이 잘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활동적으로 다양한 자리에 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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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큰 퍼즐판에 ‘한 조각’이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말, 100개 조각 중 1개가 없으면 퍼즐은 완성될 수 없다는 말이 특히 와 닿았어요. 아주 작게만 보이는 지금의 나의 노력도, 연구도, 글도, 커다란 퍼즐판을 맞추기 위해선 꼭 필요한 거겠죠. 마치 작은 세포들이 모여 몸을 이루는 것처럼요. 작은 하루, 작은 일상, 작은 목소리가 모이고 모이면, 커다란 무언가를 분명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작은 세포 같을지라도 없어서는 안될 여러분의 하루하루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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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교사대화: 2024 일본교직원 한국 초청연수 프로그램’이 7월 9일부터 14일까지 열렸어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교장선생님, 방한단을 초청해 '지역소멸'에 관한 논의를 이끈 지정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그리고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한 칠원고등학교 선생님까지. 20년 넘게 쌓아온 한국과 일본 선생님들의 교류는 올해 또 한 뼘 더 성장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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