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기념해 총정리 🏛️ 알쓸U잡 | 알아두면 어디서든 쓸 데 있는 유네스코 잡학지식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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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계 OO의 해. 여기 들어갈 네 가지 단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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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푸른 뱀의 해’입니다. 푸른 뱀은 지혜와 치유, 그리고 변화를 상징한다고 하죠. 바로 연말연초 정말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들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인데요. 한편으로 유엔 역시 이 세상의 변화에 맞춰, 그리고 평화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우리 모두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해마다 특정한 주제와 의지를 담은 ‘기념해’를 지정해 오고 있어요. 2025년 역시 4가지 각기 다른 주제로 기념해가 지정돼 있는데요. 이 중엔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도, 그렇지 않은 주제도 있어요. 1월의 두 번째 뉴스레터에서는 이들 기념해의 면면과 지정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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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양자과학과 기술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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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과학? 그게 뭘까 양자과학이란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 즉 원자핵과 전자 등이 상호 간에, 그리고 이들로 이루어진 원자가 다른 원자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 영역을 말해요.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거나 알 수 있는, 뉴턴 역학으로 설명 가능한 거시 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성질을 활용해 만드는 컴퓨터나 통신 장비는 기존 장비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 엄청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함께 21세기 과학의 핵심 기술로 양자과학을 꼽고 있는 이유예요.
- 왜 올해로 정했을까? 2025년은 이런 양자역학이 태동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년 전인 1925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에르빈 슈뢰딩거는 각각 ‘행렬역학’과 ‘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이론들을 발표했어요. 처음에 아인슈타인조차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들의 이론은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되고 적용되었고, 이제는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 유네스코의 기대는 과학을 주요 분야 중 하나로 두고 있는 전문기구인 만큼, 유네스코는 양자과학의 현재와 가능성, 그리고 올바른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연중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무엇보다 유전자 공학, 그리고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양자과학 역시 개발과 적용 과정에서 인간을 소외시키거나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세상에 적용되는 길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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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협동조합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Coope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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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 농협⋯ 같은 건가? ‘협동조합(cooperatives, coops)’이라는 말은 분명 우리에게 낯설지 않지만, 정작 ‘그게 뭐 하는 거지?’라는 물음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예요. 농협(농업협동조합)과 같이 일반인에게는 일종의 금융기관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협동조합은 일반적인 기업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단체인데요. 우리나라의 협동조합기본법은 협동조합을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이라 정의하고 있어요. 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는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 정의해요. 한마디로 ‘오너’가 소유하는 기업이 아니라,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의사결정까지 함께 하는 사업 단체라 할 수 있어요.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다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인 셈이죠. 그래서 유엔도 ‘협동조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Cooperatives Build a Better World)’는 것을 주제로 내세우며 올해를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어요.
- 이미 한 번 했던 기념해라던데 유엔은 지난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었어요. 불과 13년 만에 똑같은 주제로 기념해를 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2023년에 발간한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에서 밝혔듯 유엔은 협동조합의 “자치성, 참여적 의사 결정, 평등, 형평성, 연대, 사회적 책임의 가치”와 “자발성과 개방성, 민주적 통제와 참여, 자율성과 독립성, 조합 간 협력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의 원칙”이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어요. 따라서 이번 두 번째 기념해 지정을 통해서는 각국 정부가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있어요.
- 지역사회의 협동조합과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의 관계는? 지역이나 특정 분야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특징은 ‘내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유네스코의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그리고 이 지구에 사는 사람 모두가 사회적·환경적 목표에 함께 대응해야 하는 공동체임을 자각하는 세계시민교육(GCED)과도 맞닿아 있어요. 국제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협동조합의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가치와 원칙은 빈곤 극복과 경제 발전에서부터 사회 통합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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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빙하 보존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Glaciers’ Preser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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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전경 (Unsplash / Make Swigunsk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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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하, 그리고 빙권 북극과 남극 및 그 주변의 영구 동토층, 그리고 고도가 높은 곳에서 물이 눈과 얼음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영역을 ‘빙권(cryosphere)’이라고 부릅니다. 계속해서 쌓이기만 할 것 같은 이곳의 얼음들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차츰 아래로 밀려 내려오고, 이렇게 빙하의 형태로 따뜻한 곳으로 내려와 녹아서 물이 되어요. 이 물들은 내륙의 중요한 물 공급원이자 여러 강의 수원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달리 말해 지구 전체의 ‘물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빙하와 빙권의 얼음들이에요.
- 빙하와 빙권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고 그런데 지구 평균기온이 계속 높아지면서 빙권의 얼음들은 너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급기야 국제 지구빙하권 기후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Cryosphere Climate Initiative, ICCI)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2050년에는 거의 모든 빙권이 여름철마다 사라질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전 지구의 물 생태계와 물의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빙권, 특히 빙권의 대표적인 형태인 빙하가 직면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어요. 이에 유엔은 올해를 세계 빙하 보호의 해로 지정하는 동시에, 매년 3월 21일을 세계 빙하의 날로도 지정했어요.
- 유네스코와 WMO 유네스코와 WMO(세계기상기구)가 공동으로 이번 기념해와 빙하의 날 운영을 주도해요. 두 기관은 75개 국제 단체와 35개국 대표로 구성된 자문단 및 태스크포스의 도움을 받아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행사 및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지구의 기후 시스템과 물 순환 경로에서 빙하와 빙권이 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널리 알리고, 이들 지역에 일어나는 변화가 전 세계 경제와 사회, 환경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빙권 보호를 위한 모범적인 사례들을 공유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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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평화와 신뢰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Peace and 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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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공공도서관 앞에서 평화를 요청하는 피켓을 들고 선 소녀 (Unsplash / Brett Whart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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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소중하고 당연한 그 말들 평화와 신뢰.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모두가 건강하게 잘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확보되어야 할 조건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고, 많은 국가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지도 못한 상황이죠.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의 설립 목적도 이러한 평화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이지만 그 길은 아직도 험난해 보이기만 합니다. 이에 유엔은 2021년에 이어 올해를 다시 한번 세계 평화와 신뢰의 해로 지정했어요. 특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을 하루빨리 종식하기 위해 전 세계는 바로 지금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해요.
- 다시 돌아보는 유엔과 유네스코 헌장 1조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이를 위하여 평화에 대한 위협의 방지·제거 그리고 침략행위 또는 기타 평화의 파괴를 진압하기 위한 유효한 집단적 조치를 취하고 평화의 파괴로 이를 우려가 있는 국제적 분쟁이나 사태의 조정·해결을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또한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실현한다”는 유엔 헌장 1조 1항, 그리고 “이 기구의 목적은 국제연합 헌장이 세계 국민들에 대하여 인종, 성, 언어 또는 종교의 차별 없이 확인하고 있는 정의, 법의 지배 및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보편적인 존중을 조장하기 위하여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한 국가간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평화와 안전에 공헌하는 것”이라는 유네스코 헌장 1조 1항은 이 세상에서 평화와 신뢰를 정착시키는 것이 이들 기구의 설립 목적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요. 바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는 운명 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여러 환경적·사회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평화를 위한 이들 기구와 국가들의 공동 노력을 뒷받침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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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Talks |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유네스코가 만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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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현대의 식문화와도 잘 어울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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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3일 (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 이하 ‘장 담그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어요👏🎉. 이로써 장 담그기 문화는 우리나라의 23번째 유네스코 무형유산이 되었죠. 그래서 《유네스코 뉴스레터》는 무려 10여 년에 걸친 준비 과정, 그리고 최종 결정 현장에 함께한 남수미 한국외국어대 문화유산연구센터 선임연구원에게 문화유산으로서의 장 담그기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보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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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대 문화유산연구센터에서 국내외 유·무형문화유산의 전승, 보존, 보호 및 활용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 오고 계셨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장 담그기 문화의 등재에도 기쁨이 각별하실 것 같은데요. 먼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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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외교부의 지원으로 추진한 전문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대표목록 등재 현장에 직접 가서 이를 축하하고 또 받을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저희 센터는 지난 2015년, 2016년에 한식진흥원이 진행한 한식문화 중 유네스코 대표목록 등재 후보 검토의 기초 연구를 진행했었고, 그 결과 장 담그기 문화를 후보로 선정한 바 있는데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등재가 결정된 파라과이 현지에는 2016년 연구 진행 시 도움을 주셨던 장 담그기 공동체 대표명인인 기순도 명인도 함께 가셨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이런 것이 인연이구나 싶었고, 여러모로 저에게 의미가 큰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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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사업의 시각에서, 장 담그기의 어떤 측면이 이번 등재를 가능케 만들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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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한국 식문화의 근간이자 핵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 빠진 한식은 찾아보기가 힘들죠. 이러한 장을 만드는 기술과 지혜는 한반도 지역의 자연환경, 즉 콩과 기타 부재료에 대한 이해, 발효, 숙성 및 보관에 적합한 조건 등을 바탕으로 축적된 것이에요. 그리고 장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는 다양한 문화적 관습도 깃들어 있어요. 예를 들면 장독에 금줄치기를 하고, 장 담그기 좋은 날을 선정하거나 장이 잘 되길 기원하는 의례 등이 있죠. 이렇게 장을 담그고 소비하는 전 과정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강화하고 전승한다는 측면이 유네스코 무형유산 위원회에서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특히 장 담그기라는 무형유산의 연행이 집안 내 어머니-딸, 시어머니-며느리와 같이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여성의 역할이 가족공동체 유지에 기여한 측면도 강조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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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의 장 담그는 모습(Choi, Sun-ho © Korean Agro-Fisheries & Food Trade Corpor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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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에도 콩을 기반으로 한 장 문화가 있는데, 이들과 구분되는 우리나라 장 담그기의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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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장을 만드는 재료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장은 콩만을 이용해 만든다는 점에서 중국과 일본의 장과 구분됩니다. 우리는 콩으로만 만든 메주로 기본 장을 만들고, 여기에 지역적 특성에 맞게, 혹은 집집마다 각기 다른 재료들을 가감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여 활용하고 있죠. 반면에 일본과 중국의 장에는 콩 이외에 밀가루나 쌀가루 같은 다른 곡물류가 들어갑니다. 발효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우리의 장은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균을 이용해 6개월 이상을 기다려 천천히 만드는 방식이라면, 일본의 낫또나 인도네시아 템페는 콩을 발효한 장이라 할지라도 따로 균을 첨가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의 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이라는 기본 틀에서 지역적 또는 가정별 특징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매우 다양한 장을 활용하지만 공통적으로 쓰이는 장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특징이에요(2016년 한국외대 연구산학협력단의 한식문화 유네스코 등재추진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 p.8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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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음식 문화로는 2013년에 김장 문화가 처음 등재되었고, 장 담그기는 두 번째인데요. 함께 지키고 향유해야 할 음식 문화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그 후보들을 꼽아보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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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나는 건 전통주인 막걸리 빚기와 나물 문화가 있습니다. 김장 문화와 장 담그기 문화는 모두 한국 문화의 대표 아이콘이자 식문화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제는 한국 식문화 내의 다양한 면모를 찾아 볼 차례이지 않나 생각해요. 국가무형유산인 막걸리 빚기는 현재까지 김장이나 장 같은 식(食)문화 외에 한국의 음(飮)문화를 담은 유산이라 할 수 있죠.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다변화하고 있는 한국의 음(飮)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아요. 장 담그기와 마찬가지로 막걸리 빚기의 연행과 관련된 한국 내 다양한 문화적 관습도 있고요.
한편, 나물 문화는 한식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채소를 활용하고 먹어 왔고 현재도 나물 문화의 실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산과 들에서 나물 뜯는 사람들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길러진 작물로서 채소만이 아니라 다양한 들나물(산채)을 활용하고 있어요. 먹을 수 있는 산채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감식력, 건조시켜 겨울에 활용하거나 삶아서 장아찌를 만드는 등의 다양한 저장 방법, 쌈 문화까지 포함하는 나물 문화는 한국 식문화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육식 중심의 글로벌 식문화를 고려해 본다면,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나물 문화의 조리법과 식생활은 세계인의 건강을 위한 대안 음식이자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유네스코 대표목록으로서 적합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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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김치’가 아니라 ‘김장 문화’가, 이번에도 ‘된장, 고추장’이 아니라 ‘장 담그기’가 등재되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바로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담긴 문화가 핵심이라는 뜻일 텐데요. 이런 측면에서 대다수의 한국인은 여전히 김치와 된장 고추장을 즐겨 먹지만, 직접 김장을 하거나 장을 담그는 일을 체험해 본 한국인은 정말 소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화’로서 이러한 것들을 지켜 나가기가 점점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앞으로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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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렵고, 그래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장 담그기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의식주와 생활 양식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한국 식문화의 근간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현대 한국인의 식단에서도 고추장, 된장, 간장은 빠질 수가 없죠. 다만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인이 대량생산된 장을 사먹고 있기에 가족 공동체 중심의 장 담그기 문화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건 사실이에요. 직접 장을 담그는 일을 체험하기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도시의 주민센터나 아파트 단위로, 지역에서는 농업기술센터 등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장 담그는 법을 배우고 직접 만든 장을 이웃과 나누는 실천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문화적 실천이 현재 한국사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접근방식이자 연행방식이라고 생각되어요. 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전통 장과 장 담그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도 장 담그기 문화의 지속성에 위협이 되는 부분인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음식과 지속가능한 음식 자원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장 담그기 관련 홍보 및 지식 보급을 서로 연결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이와 더불어 1인 가족, 핵가족이 주류인 것을 고려하여 장을 소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도 제안하고 싶어요.
한편, 최근 K-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기는 한식에 대한 관심으로도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정부간위원회 현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장 담그기 등재를 축하하기 위해 파라과이 현지에서 장을 나눠주는 행사를 했는데, 엄청난 관심과 함께 장이 일찍 동이 났고, 외국인들의 장에 대한 이해가 생각보다 더 깊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장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현지 재료와 결합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전파함으로써 장 담그기가 세계인의 문화로서 창의적으로 해석되도록 만드는 노력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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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발표된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현장 및 현지에서 진행된 장 나눔 행사 모습 (사진 제공: 남수미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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