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 과학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잘 잡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과학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배우는 일은 더 이상 교실 안에 머무르지만은 않죠.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과학 분야에서 더 많이 소통하고, 또 협력해야 합니다. 유네스코가 청소년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역량과 창의성,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풀뿌리 플랫폼인 ‘유네스코 과학클럽’을 만든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앞서나가는 국가들만의 과학 교육이 아닌, 모두가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과학 교육 ‘협력’을 고민해 보자는 시도이지요. 지난 4월 베이징에서는 ‘유네스코 과학클럽 네트워크 아시아-태평양 에디션’ 발족식이 열렸는데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전훈 연구원으로부터 그 내용을 들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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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동아리, 자유롭고 유연한 첨단 과학의 실험장이 되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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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열린 유네스코 과학클럽 네트워크 토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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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원님, 반갑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APEC STEM-AI 센터 운영, K-Edu 국제화, 한·싱가포르 교사 교류 등 국제 협력 사업을 두루 맡고 계신데요. 과학교육 분야 국제 협력의 맥락에서 이번에 참가하신 ‘유네스코 과학클럽 네트워크 아시아·태평양 에디션’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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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네스코 과학클럽 네트워크(UNESCO Science Clubs Network, USCN)’는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 과학 10년(IDSSD, 2024-2033)’ 이행 과제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풀뿌리 STEM 교육 협력 플랫폼입니다. 청소년들의 STEM 학습, 과학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무엇보다 ‘국경을 넘는 협력’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2025년 12월에 약 260개 동아리를 연결한 아프리카 에디션이 먼저 출범했고,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에디션이 베이징에서 공식 출범했습니다. 행사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몽골, 파푸아뉴기니,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20개국에서 약 100명이 모였어요. 아태지역 강사 18명과 개최국 강사 44명 등 총 62명을 위한 트레이너 양성 과정도 열렸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추천으로 ‘창립 회원국’ 지위로 함께 출발선에 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습니다. 단순한 출범 이벤트가 아니라, 사실상 ‘트레이너의 트레이너’를 길러내는 집중 워크숍이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행사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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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과학클럽 네트워크 소개 영상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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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M 교육은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컸고, 최근 AI와의 접점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국 교육계의 관심을 넘어, 유네스코가 ‘과학클럽’이라는 풀뿌리 교육 플랫폼을 국제적 네트워크로 묶어내려는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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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흐름이 만나고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 과학 10년(IDSSD)’이라는 큰 틀입니다. 기후위기, 보건, 식량처럼 어느 한 나라가 단독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글로벌 의제로 올라오면서, 그 해결의 출발점이 되는 STEM 역량을 ‘한 국가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국제 공공재’로 다루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죠. 두 번째는 ‘교실 밖’ 학습의 재발견입니다. 어느 나라든 교육 시스템은 무겁고 금방 바꾸는 게 쉽지 않은 데 비해, 학생이 주도하는 과학 동아리는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설계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번에 열린 패널 토론에서도 과학 동아리가 ‘학생주도탐구 플랫폼이자 지역사회 STEM 허브’로 정의되었는데요. 미래 과학인재 양성뿐 아니라 교육 격차 해소에까지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단위라는 인식을 모두가 공유했습니다. 교과서가 따라가지 못하는 AI·로봇·메이커(디지털 기기,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으로 실현하는 것) 같은 첨단 영역에서 동아리는 사실상 가장 빠른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유네스코가 이 풀뿌리 단위를 국가 간 네트워크로 묶어내려는 이유도, 결국 ‘격차 해소’와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단위가 동아리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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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와 함께 열린 ‘과학에서 공학으로(From Science to Engineering)’를 주제로 한 트레이너 양성 워크숍에도 참가하셨는데요. 인상 깊었던 세션이나 한국의 (과학) 교실에 주는 시사점을 찾으신 게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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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 워크숍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는 ‘학생 중심 탐구활동’이었습니다. 단순히 ‘프로젝트 수업을 하자’는 제안 그 이상을 생각해 보는 자리였어요. 핵심 질문 도출, SDGs 17개 목표와 연계한 주제 선정, 교육과정 설계 및 동료 평가와 전문가 피드백의 흐름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었어요. 특히 학생들의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를 끌어내기 위해 ‘정답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질문’을 출발점에 두고 학생들이 다양한 접근과 가설을 펼쳐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사는 발산된 아이디어가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단계별로 적절한 비계(scaffolding)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요. 교사가 질문의 틀과 자료 탐색의 길잡이를 촘촘히 잡아 주다가, 학생의 탐구가 무르익는 단계에서는 그 비계를 점차 거두어 학생 스스로 책임지는 영역을 넓혀 주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점진적 책임 이양’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우리나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 그리고 깊이 있는 학습과 탐구 중심 수업의 지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교육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교사 대신 학생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비계 역할을 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발산적 사고의 단초를 제공하는 구조였지요.
한국 교실은 이미 좋은 기자재와 콘텐츠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학생이 진짜로 부딪히는 문제’에서 출발해 프로젝트 기반 학습 설계에서부터 평가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표준 절차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학생의 발산적 사고를 열어주는 질문을 어떻게 던지고, 어떤 지점에서 개입을 하거나 학생 자율에 맡길지를 다듬는 일이 한국 과학 교실에서 시의성 있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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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참가자들 다수가 자국 정부의 과학클럽에 대한 관심 부족을 토로했다는 후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과학교육 협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 아태지역에서 과학교육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신 바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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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가 ‘재정’, ‘전문 멘토’, ‘인프라’, 그리고 ‘국제적 가시성(visibility)’이었습니다. 면담을 통해 들은 각국의 사정은 매우 달랐습니다. 인도는 1만여 개 학교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 할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를 보급했지만 도시-농촌 디지털 격차가 컸어요. 아울러 여학생의 STEM 진입률 제고도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전면 도입했지만 도서·산간 인터넷 인프라가 불안정하고 표준화된 교사 연수 체계가 미흡한 상황입니다. 파푸아뉴기니는 800여 부족 언어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콘텐츠 현지화 자체가 과제이고, 몽골은 유목민과 지방 학생을 위한 이동식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발점은 이렇게 다르지만 ‘교사 AI 역량 강화 수요’, ‘다언어 콘텐츠 현지화’, ‘농촌·도서산간 격차 해소’, 그리고 ‘Train-the-Trainer(트레이너를 양성하는 트레이너 과정)의 정례화’ 요구는 거의 모든 나라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태지역 협력의 핵심은 ‘각자 잘하는 영역을 한 풀(pool)에 넣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AI·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 태국의 로봇·AI 경진대회 운영 노하우, 인도네시아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 현장 적용 경험, 몽골의 이동형 교육 모델이 USCN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교환될 수 있다면 단독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의 협력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제안된 ‘USCN 글로벌 탐구대회(온·오프라인)’ 같은 공동 챌린지가 그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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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는 교육에서 미래의 과학기술을 주도적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윤리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 특히 AI기술이 인간을 ‘위하는’ 도구로서 공평하고 정의롭게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이 큽니다. 이런 부분이 향후의 과학클럽 네트워크, 그리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APEC 체계 내에서 준비하고 있는 ‘STEM-AI 센터 네트워크’ 등에도 잘 반영되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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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윤리를 분리해서 교육과정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베이징에서 본 ‘교사-학생-AI 협업 모델’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AI를 ‘교사의 보조 도구’이자 ‘학생의 사고 파트너’로 동시에 위치시키면서 그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책임의 문제를 다루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데이터를 만들었는지, 모델이 누구의 관점을 더 잘 반영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를 수업 안에서 학생이 직접 들여다보게 하는 방식이었지요. USCN과 APEC STEM-AI 센터 네트워크에 이 방향을 녹여 내려면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트레이너 양성 과정에 ‘AI 윤리’와 ‘데이터 정의(data justice)’를 별도 모듈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핵심 질문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 다루도록 표준 절차를 만드는 일입니다. 둘째, 다언어·다문화 콘텐츠 원칙을 분명히 함으로써 특정 언어권·문화권의 관점이 기본값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파푸아뉴기니의 800여 부족 언어 사례나, 패널 토론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다언어 콘텐츠’ 수요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셋째, 학생이 직접 ‘이 기술이 누구에게 이로운가’를 묻는 프로젝트를 정규 과정으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윤리가 ‘추가 강의’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출발 질문’이 될 때, 비로소 교실 안에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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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GCED(세계시민교육)·ESD(지속가능발전교육), 과학윤리, AI 윤리 확산 등 협력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끝으로 과학, 특히 과학교육에 관심 있는 뉴스레터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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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5박 6일을 보내며 가장 자주 떠올린 말은 ‘연결’이었습니다. 20개국에서 처음 만난 강사 62명이 다음 날 같은 그룹으로 묶여 SDGs 주제 하나를 두고 밤늦게까지 토론하고, 사흘째에는 서로의 평가지에 답을 달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과학교육이라는 분야가 본래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국 과학교육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저희 한국과학창의재단의 STE(A)M 정책연구, 교원·학생 지원 사업, AI 중심 STEM 교육 활동을 공유하면서 많은 참가국들로부터 후속 협력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자산이 ‘우리 안의 우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태평양의 동료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공재로 흘러갈 때 비로소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과학교육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우리가 어떤 세계의 시민을 함께 길러낼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함께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풀뿌리에서 시작된 작은 동아리 하나가 지구 반대편 동아리와 손을 잡을 때 어떤 변화가 만들어지는지, 앞으로 USCN을 통해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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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이후 교육 의제 수립 위한 글로벌 설문조사 진행(~9.30)유네스코는 2030년 이후 미래 교육 의제(Education Beyond 2030) 수립을 위해 전 세계 청소년과 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설문조사를 실시합니다. 만 11~30세 청소년 및 학생이 참여할 수 있으며, 수집된 의견은 미래 교육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담은 ‘2030 이후 교육을 위한 청소년 의제’ 마련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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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축구클럽 솔레아스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공존의 축구’ 참여 학생들을 위해 1천만 원 상당의 축구 유니폼 150벌을 기증했습니다. 기증된 유니폼은 전국 22개 유네스코학교 학생들에게 전달되어, 축구를 통해 공존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는 활동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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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소외 지역 배움의 기회, 디지털 교육으로 넓힌다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와 함께 동티모르 지역학습센터(CLC)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적용 센터를 기존 3개에서 6개로 늘려 더 많은 학습자가 태블릿과 기초학습 앱을 활용해 영어와 수리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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