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과 7월에 걸쳐 열린 제5차 ‘임무 이행 검토(mandate implementation review) 공개작업반(Open-ended working group)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들은 유네스코의 전문영역인 교육, 과학,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 정보커뮤니케이션, 문화 부문의 주요 임무 개혁 방향을 순차적으로 협의했습니다. 이어서 위기상황에서 유네스코의 역할과 범분야 협력에 관한 대화도 이어졌습니다.
공개작업반 회의는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회원국들은 사무국이 제시하는 대략적인 개혁 방향에 대해 각기 의견을 표명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유네스코의 인적·재정적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각 부문별로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안들을 함께 고민했는데요. 그 모든 고민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범분야 협력(intersectorality)’과 ‘현장 관점(field perspectives)’의 강화였습니다. 범분야 협력이 대두된 배경에는 기후위기와 급속한 AI 발전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도전과제에 유의미한 대응을 하기 위해 각 부문 간 융합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그러한 대응은 전 세계 각 현장에서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 관점’이 함께 강조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부문별 공개작업반 결과를 돌이켜보면, 기존의 부문별 활동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대담한 구상에 관한 논의는 충분치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기존의 틀 내에서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며 효과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협의가 추상적인 방향성 제시 차원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유네스코가 너무나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는 194개 회원국이 함께 활동하는 다자기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한계 역시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다고 이해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회의는 유네스코 프로그램 부문별로 개략적인 미래 활동 주안점을 확인하면서, ‘범분야 협력’과 ‘현장 관점’을 개혁의 주안점이자 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상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달리 말해 개혁을 통해 유네스코가 실현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교육·과학·문화·정보커뮤니케이션 부문 간 융합적인 범분야 협력을 이루어,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에 직접 기여하는 유네스코’가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보았습니다.
한편, 마지막 안건이었던 ‘위기상황에서의 유네스코의 역할’ (참고기사)은 유네스코의 기존 임무 범위를 재해석하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특히 눈여겨 볼만한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가 헌장 서문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세우는” 유엔 전문기구임을 명시한 만큼, 사무국은 유네스코의 교육·과학·문화·정보커뮤니케이션 부문이 자연재해와 무력분쟁 등 위기상황의 ‘사전-중간-사후’ 모든 단계에서 각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유네스코가 유엔 체제 안에서 ‘인도주의-개발-평화 넥서스 (Humanitarian, Development and Peace Nexus)’ 이행을 위한 고유한 역할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회원국들은 유네스코가 비교우위를 중심으로 다른 유엔 기구와 차별화된 활동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면서 유네스코의 규범설정 (standard setting) 기능과 범분야 협력 가능성을 핵심 비교우위 항목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원국 간 갑론을박도 있었는데요. 유네스코가 기본적으로 인도주의 기구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유네스코가 인도주의 활동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제한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유네스코가 위기상황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각 상황별 개입 기준과 근거를 고민하고, 다른 유엔 기구와 차별화되는 활동 수행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기구의 기존 임무 범위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도야말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유네스코의 임무 영역과 활동수행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유네스코 80’ 개혁의 핵심 취지와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 많은 나라는 지금 기후변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AI와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구체적인 위험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국가 간 무력분쟁의 발생 원인과 양상 또한 기존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 위기 상황에서 개혁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기구로 거듭나고자 하는 유네스코의 노력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80 개혁은 올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을 거쳐 내년까지도 이어질 예정인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그 결과가 무엇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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